지금까지 지중해빈혈의 개념과 치료 방향을 살펴보았습니다. 질환을 이해하는 것은 환자의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지중해빈혈 환자의 삶은 결국 지속되는 치료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중해빈혈 환자들에게 환자로서의 치료와 일상의 삶의 갈등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수혈(Blood Transfusion)” 입니다.
수혈은 단순히 부족한 혈액을 필요할 때마다 보충하는 치료적 처치가 아닙니다.
지중해빈혈, 특히 수혈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TDT)에게 수혈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준으로 피로와 호흡곤란 같은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필수 치료임을 넘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치료입니다.
예를 들어 지중해빈혈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학교/직장 생활 중 계획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수혈이 필요해짐
해외 출장 중 혈액수치의 급격한 저하로 인한 일정 중단
또한 수혈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사전 혈액검사와 진료를 통한 의사의 수혈 처방
처방된 일정에 혈액 재검사 및 매칭 검사 필요
매칭을 통한 적혈구 혈액백 준비
수 시간에 걸친 수혈 진행
수혈 부작용과 철 과다에 따른 위험 부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나는 왜 이 치료를 받고 있는가, 그리고 나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이번 글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준비하였습니다.
‘수혈이 왜 필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시행되는지’, 그리고 ‘환자가 어떤 점을 알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수혈을 단순히 의사가 처방해주는 의료 행위가 아닌 환자 스스로의 삶을 유지하고 설계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수혈을 제대로 이해하는 순간, 치료는 더 이상 수동적인 경험이 아닌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주체적인 선택이 됩니다.
2. 왜 수혈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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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빈혈 환자에게 수혈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혈액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 질환에서 무엇이 잘못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1 비효율적 조혈(Ineffective erythropoiesis)
우리 몸의 적혈구는 뼈 내부에 골수에서 만들어지며, 그 안에는 ‘헤모글로빈(Hemoglobin, Hb)’이라는 단백질이 들어있습니다. 이 헤모글로빈은 폐에서 산소를 받아 몸 전체로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중해빈혈은 이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과정에 유전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즉, 적혈구는 계속 만들어지지만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생성되거나, 매우 쉽게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만들어지는 적혈구의 질이 좋지 않다.
만들어진 적혈구가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빨리 파괴된다.
결과적으로 몸에서는 열심히 혈액을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능하는 정상적인 적혈구는 부족한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를 ‘비효율적 조혈(Ineffective erythropoiesis)’ 라고 합니다.
2.2 만성 빈혈과 저산소 상태
정상적인 적혈구가 부족하면, 몸의 여러 조직과 장기는 지속적으로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로 인해 환자는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심장은 산소운반 기능을 하는 적혈구가 부족해지면, 부족한 적혈구를 더 빨리 돌려서 산소 공급을 맞추려고 합니다.
빈맥 및 심박출량 증가: 심장은 더 빠르고 더 오래 펌프질을 합니다. 그로 인해 심장이 과도하게 일을 하면서 빈맥(빠른 심박 수)과 1회 박출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심실비대 및 확장성 심근병증: 심장이 무리하게 일을 하면서 심장 근육이 비대해지는 ‘심실비대’가 나타나며, 과부하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심장 근육이 버티지 못하고 항복하게 되면, 결국 심장의 벽이 얇아지고 늘어나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펌프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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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모든 효소와 세포는 정해진 산성도(약 pH7.4)에서만 정상 작동합니다. 세포가 산소를 이용한 유기호흡을 할 수 없게 되면, 즉각적인 에너지 생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경로를 택합니다.
혈액 pH 저하(산성화): 축적된 젖산은 혈액을 산성으로 만듭니다(pH<7.35). 이는 체내 다양한 효소 활동을 억제하고 세포막의 안정성을 해칩니다.
전해질 불균형: 산증이 심해지면 세포내 칼륨 이온이 밖으로 나오고, 수소 이온이 안으로 들어가는 교환이 일어나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부정맥의 원인이 됩니다.
몸 속 세포가 호흡하는데 필요한 산소가 충분하지 않으면, 비효율적이지만 즉각적인 에너지 생성을 위해 ‘젖산(Lactic Acid)’를 배출하고 이는 혈액을 산성화 시킵니다.
이렇게 배출된 정상적으로는 간과 신장에서 금방 처리하지만, 체내 산증 상태에서는 이미 산성인 혈액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혈액과 근육에 정체됩니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가벼운 산책인 거리가 환자에게는 ‘전력질주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약한 활동에도 근육통과 극심한 피로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가 이 ‘젖산’ 때문입니다.
대사성 산증은 단순히 ‘피곤한 것’을 넘어 실제로 근육의 양과 질을 떨어뜨립니다.
혈액이 산성이 되면 우리 몸은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비상 수단을 씁니다. 그 과정 중 하나가 근육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을 내놓는 것입니다. 즉, 혈액 내 산도를 맞추려고 내 근육을 ‘녹여서’ 쓰고 있는 셈이죠.
산증은 인슐린이 근육 세포에 영양분을 넣어주는 일을 방해합니다. 근육이 포도당을 제대로 못 먹으니 점점 가늘어지고 힘이 빠지는 ‘근위축’ 현상이 나타납니다.
계단을 오를 때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게 예전보다 훨씬 힘에 부칩니다. 지중해빈혈 특유의 철분 과잉까지 겹치면 근육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어 근력 저하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젖산 배출 증가’와 ‘근육 약화’는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1. 근육 약화로 인해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2.부족한 근력으로 움직이려니 젖산이 더 많이 생성됩니다. 3. 쌓인 젖산이 대사성 산증을 심화시키고 4. 심해진 산증이 다시 근육 단백질을 분해합니다.
결국 지중해빈혈 환자에게 대사성 산증은 ‘먼 미래의 합병증’이 아니라, 매일 아침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오늘의 문제’ 입니다.
뇌는 산소가 부족하면 즉각적으로 ‘비상 모드’에 돌입합니다. 산소를 실어 나르는 적혈구가 부족하니, 뇌는 혈관을 억지로 넓혀서 피라도 더 많이 흐르게 하려고 합니다.
그로 인해 ‘뇌관류압 유지의 한계’, ‘신경전달물질 합성 억제’, ‘만성피로’ 등 증상이 발생합니다.
뇌 혈관이 확장되면 뇌 속의 압력이 미세하게 변화하고 혈관벽에 분포한 신경들이 조금씩 자극을 받습니다.
박동성 두통: 관자놀이나 머리 전체에서 심장 박동에 맞춰 ‘욱신욱신’하거나 ‘두근거리는’ 통증을 느낍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이 증상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이명(귀울림): 조용한 곳에 있으면 귀에서 혈류가 지나가는 소리(쉬익-쉭)가 들리기도 합니다.
어지럼증: 갑자기 일어날 때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무겁고 띵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우리 뇌의 인지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위해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화학물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물질들을 만드는 효소가 작동하려면 반드시 ‘산소(O₂)’와 ‘철분(Fe)’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중해빈혈 환자에게는 이 두가지가 모두 불안정하기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의 생산라인이 멈추거나 느려집니다.
인지 기능 저하: 방금 하려던 말이 기억나지 않거나 익숙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안개 낀 뇌(Brain Fog)’현상을 겪습니다.
감정기복: 세로토닌 부족으로 인해 이유 없이 우울해지거나 예민해집니다. 스트레스 내성이 급격히 떨어져 평소라면 넘길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집중력 한계: 오전에는 그나마 괜찮다가도 오후가 되면 업무나 학습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특히, 소아 환자가 많은 질환 특성 상, 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뇌 저산소증으로 인해 지능지수 저하나 발달 지연 등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도 단순 피로를 넘어 감정 조절 장애,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등 성격적인 변화까지 초래하여 사회 활동에 지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뇌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을 미토콘드리아라고 합니다. 이 공장이 돌아가려면 산소가 연료로 투입되어야 하는데, 연료가 적으니 에너지(ATP) 생산량이 바닥을 칩니다.
그로 인해, 뇌는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호흡, 심박조절)을 제외한 나머지 ‘지능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강제로 차단합니다. 이것이 졸음과 무기력으로 나타납니다.
비정상적인 졸음: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 시간에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꾸벅꾸벅 조는 ‘졸음’현상이 나타납니다.
회복 불가능한 피로: 주말 내내 잠만 자도 월요일 아침에 몸이 솜뭉치처럼 무겁습니다. 이는 근육의 피로라기보다 ‘뇌의 에너지 고갈’에 가깝습니다.
동기 상실: 의욕과 보상을 담당하는 뇌의 도파민 회로는 가동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나 만성 염증 상태에서는 뇌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동기 부여’ 시스템을 억제하여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지중해빈혈 환자에게 발생하는 극심한 피로와 통증은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라, 몸 전체가 산소 결핍으로 인해 ‘비상 모드’를 넘어섰다는 신호 입니다.
따라서 수혈은 심장을 보호하고, 근육의 약화를 막으며, 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치료 수단입니다.
2.3 수혈의 치료적 역할: 신체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직접적인 처방
지중해빈혈 치료에서 수혈은 부족한 적혈구 수치를 채우는 임시 방편이 아닙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정상적인 적혈구를 직접 공급’ 함으로써, 잘못 작동하고 있는 신체 내부의 구조를 안정 시키고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회복시키는 핵심적인 치료 전략입니다.
수혈을 통해 외부에서 건강한 적혈구가 주입되면, 혈액의 가장 본연적인 임무인 산소 공급이 정상화 됩니다.
수혈을 통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개선되면, 심박수가 안정되고 과도한 심박출량 증가가 억제됩니다.
안정된 심박출량은 심장 근육의 무리한 운동을 완화하여 심실 비대와 확장성 심근병증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한 번의 수혈로 심혈관계 문제가 급격하게 개선되지는 않지만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심장 활동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심실비대와 확장성 심근병증의 진행을 가져올 수 있는 심장 근육의 기계적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휴식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수혈로 인해 산소 공급이 늘어나면 비정상적인 에너지 대사와 그로인한 부산물(젖산 등) 축적을 완화합니다.
수혈은 세포가 ‘혐기성 대사’를 줄여 젖산의 과도한 생성을 방지하고 혈액의 산성도를 정상 범위 내로 유지하여 전신 대사 환경을 안정 시킵니다.
산성도가 높아진 혈액을 중화하기 위해 체내 단백질(아미노산)을 분해하는 대사적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이는 근육 약화와 위축을 예방하며, 일상 활동 시 발생하는 급격한 피로와 근육통을 완화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뇌는 체내 산소의 약 20%를 소비하는 기관으로서, 수혈은 뇌 기능 유지와 발달에 필수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산소 부족을 메우기 위해 뇌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발생하는 박동성 두통, 이명, 어지럼증을 혈류 역학의 안정화를 통해 개선합니다.
도파민, 세로토닌 등 인지와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물질들이 원활하게 합성될 수 있도록 충분한 산소를 공급합니다. 이는 '브레인 포그(Brain Fog)'와 같은 인지 저하와 정서적 불안정성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뇌세포의 에너지원인 ATP 생성을 정상화하여, 생존을 위해 인지 기능을 스스로 억제하던 '에너지 보존 모드(졸음, 무기력)'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고와 활동이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지중해빈혈 환자는 일회성이 아닌 일정한 간격의 수혈이 ‘장기적인 생존 및 삶의 질 유지’를 위한 필수 치료체계입니다.
3. 언제 수혈을 하는가? (임상 기준 이해)
수혈은 단순히 “Hb 수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시행하는 처치”가 아니라, 조혈 실패와 조직 저산소 상태를 예방하고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기 치료 전략입니다.
특히 ‘수혈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TDT)’에서는 초기 개입 시점과 유지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성장, 장기 기능, 삶의 질이 장기적으로 크게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지중해빈혈 환자들에게 언제 수혈이 필요한지 알아봅시다.
3.1 수혈 시작 기준
병원에서 흔히 제시되는 기준은 ‘Hb < 7 g/dL’ 이상일 때 수혈을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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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남성의 경우 헤모글로빈(Hb) 수치는 평균 ‘13~17 g/dL‘ 이며, ‘13g/dL’ 미만일 경우 빈혈 진단을 내립니다. (WHO 기준)
하지만 실제 의사결정은 단순한 수치보다 훨씬 복잡하게 이루어집니다.
지중해빈혈 환자는 만성 빈혈 상태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Hb가 7 g/dL 이하로 떨어져도 급성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은 이미 다음과 같은 증상이 진행된 이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수의 비효율적 조혈 (ineffective erythropoiesis)
골격 변형 (facial bone expansion, osteoporosis)
비장 비대 및 혈액 파괴(용혈) 증가
성장 지연 및 내분비 이상
따라서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단순 Hb 기준보다 “질병 진행의 징후”를 함께 평가할 것을 강조합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수혈 시작 시점을 앞당기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Hb < 9g/dL 수준 (반복 측정으로 확인)
성장 곡선의 이탈 (신장, 체중 백분위수 감소)
활동 시 호흡곤란, 심박 증가, 피로 악화
심한 감염 또는 염증으로 인한 빈혈이 급격한 약화
초기 수혈 개입의 목적은 부족한 산소운반 능력으로 인한 질병의 억제 입니다.
환자의 객관적인 혈액 수치와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인 징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한 시점에 수혈을 시작해야 합니다.
3.2 유지 목표 (Pre-transfusion Hb)
수혈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자주’ 보다 ‘어느 수준을 유지 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권고되는 수혈 목표는 ‘Hb 9–10.5 g/dL’ 유지 입니다.
이 기준은 단순한 평균 값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증상과 관련하여 근거를 가집니다.
우리 몸의 신장은 산소포화도를 감시하며, Hb 수치가 낮아지면 에리트로포이에틴(EPO)호르몬을 방출합니다.
일반적으로 Hb가 9 g/dL 이하로 유지될 경우 신체는 이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여 EPO 수치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입니다.
과도한 EPO 자극이 골수 내 적혈구 전구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증식시켜 ‘비효율적 조혈’의 원인이 됩니다.
Hb가 9 g/dL 미만이라는 것은 체내에 정상적인 적혈구보다 불완전한 적혈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음을 시사합니다. 불완전 적혈구가 골수 내에서 사멸하여 대량의 철분을 방출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정상 전구세포의 사멸까지 촉진합니다.
Hb가 낮아지면 몸은 철분 흡수율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헵시딘(Hepcidin) 수치를 낮춰 장에서 철분을 과도하게 흡수하게 만들어 조직 및 장기 내 철분 중독을 가속화 합니다.
이 수준에서 골수의 과도한 조혈이 억제되어 다음 같은 효과가 나타납니다.
Hb가 10 g/dL 이상일 때 원활한 산소 공급으로 인해 근육 내 젖산 축적이 줄어들어 지중해빈혈 환자들이 흔히 겪는 근육통과 쇠약감이 눈에 띄게 개선됩니다.
또한 원활한 산소공급은 근육 세포의 재생과 회복 속도가 빨라져 활동성을 개선합니다.
Hb가 높아지면 심장은 부담이 줄어들어 계단을 오르거나 걸을 때 숨가쁨이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인해 지중해빈혈 환자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Hb < 9 g/dL’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혈의존성 지중해빈혈(TDT) 환자는 이미 지속적인 수혈과 만성적인 비효율적 조혈로 체내 철분이 이미 과다하게 축적되어 있을 수 있어, 체내 철분 수치(ferritin)를 고려하여 수혈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3.3 수혈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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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대로 수혈은 지중해빈혈 환자들에게는 많은 이점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수혈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수혈 시 적혈구 내에 포함된 철분이 체내에 쌓여 심각한 부작용(심부전, 간경화, 당뇨 등)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효과를 높이는 수혈 주기 설정이 필요합니다.
국제지중해빈혈연맹(TIF)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적인 ‘수혈의존성 환자(TDT)’는 4주 간격으로 수혈을 받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과 ‘의료 자원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가장 이상적인 주기로 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자에 따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수혈 주기를 설정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적혈구가 체내에서 생손하며 산소를 운반하는 기간은 약 120일(16주)입니다. 수혈을 받는 지중해빈혈 환자에게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적혈구 생존기간이 크게 단축 됩니다.
보관된 혈액의 저장 손상: 수혈받는 혈액백 속 적혈구는 에너지를 소모하며 모양이 변합니다.
산소 운반 효율 저하: 산소를 조직에 뿌려주는 ‘2,3-DPG’효소가 감소하여 수혈 직후에는 산소 운반 효율이 이론치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적혈구 수명 단축: 보관 기간이 길어진 적혈구의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이렇게 노화된 적혈구는 환자의 몸속에 들어가자마자 비장에 의해 ‘불량품’으로 간주되어 파괴됩니다.
이렇듯 이론적으로는 120일을 살아야 하는 적혈구가 수혈 후 며칠 만에 사라지기도 하며, 이는 전체적인 수혈 주기를 앞당기는 원인이 됩니다.
수혈받은 피가 환자의 몸에서 얼마나 버티느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비장비대: 지중해빈혈 환자는 비정상 적혈구를 걸러내기 위해 비장이 과도하게 열일을 합니다. 비장이 커질수록 수혈받은 건강한 적혈구까지 파괴하게 되어 적혈구 생존기간이 짧아 집니다.
동종면역: 반복된 수혈로 인해 환자의 몸에 항체가 생기면, 수혈된 적혈구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합니다. 겉으로는 용혈 반응이 심하지 않아도 미세하게 적혈구 파괴 속도가 빨라져 Hb 수치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집니다.
감염 증가: 지중해빈혈 환자에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철분 과부하는 철분을 먹고 사는 병원성 세균의 증식과 면역세포의 기능 저하가 이루어지는데 감염으로 인한 발열은 적혈구 내 효소 반응을 촉진하고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수명을 단축 시킵니다.
만성염증: 지중해빈혈 환자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비효율적 조혈’과 ‘적혈구 파괴’ 과정에서 방출되는 세포 부산물들이 면역계를 자극하여 늘 낮은 수준의 만성염증 상태를 유지하게 만듭니다.
이 뿐 아니라 지중해빈혈 환자의 피로, 수면부족 역시 적혈구 파괴를 가속화 하는 조건이 됩니다.
“수혈주기는 내 몸의 컨디션에 따라 유동적이어야 합니다.”
이렇듯 수혈 주기는 혈액 검사를 통한 Hb 수치 뿐 아니라 평상시 환자의 일상 생활과 신체 활동, 감기와 같은 일상 질환 등에 따라 짧아 질 수 있습니다.
지중해빈혈 환자는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감소하는 적혈구로 인한 호흡 부담, 과도한 심장박동, 피로, 감염, 수면부족 등을 최소화하여 최대한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수혈 주기를 안정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중해빈혈 환자들에게 ‘왜 수혈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수혈은 지중해빈혈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치료이지만 비용과 시간, 접근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주기로 시행해야 합니다.
또한 너무 자주 수혈을 받게되면 몸 속에 철분이 과다 축적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몸속 철분을 배출하는 ‘철킬레이션(Iron Chelation)’치료도 병행해야 합니다.
다음 2편에서는 ‘실제 수혈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이 되는지’, ‘수혈 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C Borgna-Pignatti, et al. Survival and complications in thalassemia major,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2010 https://pubmed.ncbi.nlm.nih.gov/16339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