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빈혈이란 무엇인가요?

이 글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헤모글로빈 합성이 결핍되는 지중해빈혈의 정의와 발생 기전을 다룹니다. 철분 결핍성 빈혈과의 차이점 및 글로빈 사슬 합성 불균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Feb 11, 2026

1. 지중해빈혈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지중해빈혈(thalassemia)은 우리 몸의 적혈구가 정상적인 헤모글로빈(hemoglobin)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 발생하는 유전성 혈액질환입니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 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폐에서 받아온 산소를 온몸의 장기와 조직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헤모글로빈은 사람이 숨을 쉬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산소를 실어 나르는 ‘운반 도구’입니다.
따라서 헤모글로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몸은 항상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 결과 다양한 형태의 빈혈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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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순한 ‘빈혈’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지중해빈혈은 흔히 “빈혈”이라고 불리지만, 철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반적인 빈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질환입니다.
철분 결핍성 빈혈은,
  • 철분 섭취 부족
  • 출혈
  • 영양 상태 문제
와 같은 후천적 원인으로 발생하며, 철분 보충이나 생활 관리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지중해빈혈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글로빈(globin)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천적 혈색소 질환(hemoglobinopathy)입니다.
즉, 지중해빈혈은 생활습관이나 식이 조절만으로 ‘고칠 수 있는’ 빈혈이 아니라, 몸속에서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질환입니다.

3. 헤모글로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헤모글로빈 하나는 네 개의 글로빈 사슬이 정확히 짝을 이루어 만들어집니다.
  • 두 개의 알파(α) 글로빈 사슬
  • 두 개의 비(非)알파 글로빈 사슬(주로 베타(β), 상황에 따라 감마(γ), 델타(δ))
이 네 개가 균형을 이룰 때, 적혈구는 안정적인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지중해빈혈은 바로 이 ‘글로빈 사슬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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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파 지중해빈혈과 베타 지중해빈혈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지중해빈혈은 하나의 질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글로빈 사슬 중 어느 사슬의 생성에 문제가 생기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알파(α) 지중해빈혈

알파 지중해빈혈은 알파(α) 글로빈 사슬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알파 사슬의 생성이 줄어들거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알파 사슬은 태아기와 성인기를 포함해 모든 형태의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데 공통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유전자 이상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임상 양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베타(β) 지중해빈혈

베타 지중해빈혈은 베타(β) 글로빈 사슬을 만드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베타 사슬의 생성이 감소하거나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베타 사슬은 주로 성인형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그 부족함이 드러나면서 빈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알파 지중해빈혈과 베타 지중해빈혈의 차이는
‘어느 글로빈 사슬(알파 또는 베타)을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는가.’에 있습니다.
두 질환 모두 헤모글로빈 합성 이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문제가 되는 사슬과 유전자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임상 경과와 관리 방식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5. 왜 빈혈이 계속되나요?

지중해빈혈에서 나타나는 빈혈은 적혈구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져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질환에서는
  • 적혈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고,
  • 만들어진 적혈구도 오래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에,
빈혈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요?

지중해빈혈에서는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글로빈 사슬의 균형이 깨지면서,
  • 일부 적혈구는 골수 안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 혈액으로 나온 적혈구도 정상보다 빨리 파괴됩니다.
이처럼, 적혈구가 만들어지는 단계와 혈액 속에서 모두 손실되기 때문에, 몸은 계속해서 빈혈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정리하면,

지중해빈혈의 빈혈은,
“적혈구가 적게 만들어져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적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
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중해빈혈은 일시적인 치료보다는 유형과 상태에 맞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이해됩니다.

6. 어떤 치료가 필요하나요?

지중해빈혈의 치료는 지중해빈혈의 유형과 빈혈의 정도, 그리고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필요한 치료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다양한 치료 관리가 존재하는 가운데 크게는 지중해빈혈 환자를 수혈 의존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관리합니다.

① 수혈 비의존형 지중해빈혈 (NTDT)

  • NTDT(Non-Transfusion-Dependent Thalassemia)는 일상적으로 정기 수혈이 필요하지 않은 형태의 지중해빈혈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에는
  • 빈혈이 비교적 경미하거나
  •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의 중심은
  • 정기적인 경과 관찰과
  • 빈혈 및 합병증의 조기 발견에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상황에 따라 간헐적인 수혈이나 빈혈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피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② 수혈 의존형 지중해빈혈 (TDT)

  • TDT(Transfusion-Dependent Thalassemia)는 적혈구를 충분히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수혈이 필수적인 형태의 지중해빈혈입니다.
이 경우
  • 수혈은 빈혈을 교정하고
  • 성장, 장기 기능,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반복적인 수혈로 인해 체내에 철분이 축적될 수 있으므로, 철 과부하를 관리하기 위한 치료가 함께 필요합니다.

③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는 없나요?

일부 환자에서는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교정하는 치료가 고려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조혈모세포이식이 있으며, 적절한 공여자가 있고 조건이 맞는 경우 지중해빈혈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식에는 상당한 위험과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일부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와 같이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해 헤모글로빈 생성 이상을 교정하는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는 아직 고도의 전문적 판단과 접근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지중해빈혈의 사회적 의미

지중해빈혈은 흔히 ‘빈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유전적으로 헤모글로빈 생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혈액질환입니다.
유전 질환인 만큼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질환이며, 증상이 없는 사람부터 중증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과 중증도도 다양하여 개인의 상태에 따라 증상과 치료, 생활 관리 방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중해빈혈이 환자 수가 적고 치료와 장기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되어,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내 환자가 매우 드문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다문화가정의 증가와 진단 검사 체계의 발전에 따라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약 300여 명의 지중해빈혈 환자가 새롭게 등록되어 있다고 보고 됩니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통계 기준)
지중해빈혈은 소아 시기부터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고, 성장 과정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치료와 질환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은 치료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 양육, 교육, 직업 선택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 전반에서 질환의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인이나 특정가족의 문제가 아닌 정확한 정보와 제도적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가 함께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 질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지중해빈혈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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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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